루드윅 고란손은 전통과 실험, 감성과 기술을 조화시키는 현대 영화음악계의 혁신가로 불린다. 그는 마블의 '블랙 팬서',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스타워즈 세계관의 '더 만달로리안'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통해 서사를 형성하는지, 어떤 미학적, 기술적 접근을 보여주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블랙 팬서: 아프리카 정서와 전자음악의 융합
루드윅 고란손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단연 마블의 ‘블랙 팬서(2018)’이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아프리카의 세네갈, 남아공 등을 직접 방문해 전통 악기와 리듬, 현지 연주자들의 연주 방식을 체화했다. 이러한 필드 리서치는 단순히 사운드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적 진정성과 감정을 음악에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둔 시도였다.
고란손은 아프리카 민속음악과 현대적인 전자 사운드를 융합하여 영화 속 와칸다라는 가상의 나라를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전통 타악기 '도운둔', '토킹 드럼' 등의 리드미컬한 타악 사운드 위에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사운드를 입히며, 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
특히 고란손은 단순한 배경음 삽입이 아니라, 캐릭터별로 테마를 설정하여 음향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되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블랙 팬서'는 마블 최초로 음악상(아카데미)을 수상하게 되었고, 고란손은 영화음악계에서 전통과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펜하이머: 사운드로 철학을 구축하다
2023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루드윅 고란손이 영화의 구조적·철학적 무게를 음악으로 떠받치는 역할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바이올린 솔로를 중심으로 하여 불규칙한 리듬 구조, 불협화음, 그리고 점점 증폭되는 긴장감을 통해 핵실험의 공포와 과학자들의 불안을 서술형으로 표현했다.
특히 놀란 감독이 요청한 “음악이 시간처럼 흘러야 한다”는 주문에 따라, 음악은 전통적인 테마 중심이 아니라 '사건의 흐름'에 기반해 작곡되었다. 고란손은 전통적이지 않은 화성 전개, 어긋난 템포, 불균일한 파형 등을 사용해 인물의 심리와 상황의 압박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했다.
더 만달로리안: 스타워즈 세계관에 새 숨결을 불어넣다
디즈니+의 ‘더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스핀오프 시리즈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고란손은 기존 스타워즈 음악의 전통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우주 서부극의 분위기를 창조해 냈다. 그는 베이스 리코더를 사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후 전자드럼과 현악을 조합하여 다층적 음악을 구성했다.
주인공 딘 자린의 테마는 고독과 결단을 표현하며, 그루구(베이비 요다)와의 장면에서는 감성적인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스트링 사운드를 활용했다. 고란손은 TV음악 분야에서도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공고히 했다.
전통과 실험, 음악으로 세계를 창조하다
루드윅 고란손은 단순히 테마를 작곡하는 작곡가가 아니다. 그는 영화의 장르, 문화적 배경, 철학적 주제를 음악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지닌 ‘음악감독’이자 ‘사운드 아키텍트’다.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단지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순간 ‘또 하나의 영화’를 경험하게 된다.